본문 바로가기

Running

2016 서울국제마라톤 (동아마라톤) 후기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톤 대회 서울국제마라톤이 지난 3월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잠실운동장까지> 코스로 개최되었다. 러너라면 한 번쯤 달려보고 싶은 로망 가득한 대회로써 2만7천여명의 참가자와 시민들의 응원속에 진행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풀코스를 달렸다. 원래 이번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 이하 동마)은 그냥 넘길라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운좋게도 마이베이스에서 운영하는 42195클리닉에 선발되면서 자동으로 참가가 되버렸다. 물론 좋은 기회이기에 좋은 코치와 김용택 감독님의 지도하에 지속적인 훈련을 할 수 있었고 미천하지만 실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역시나 이번에도 체중감량은 하지 못하였으며 그리하여 자체적으로 이번에는 참가에 의의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서울국제마라톤을 기점으로 그해의 많은 대회들이 매주말 전국에서 개최되는데 '앞으로 달려야할 전국의 산야가 눈앞에 있는데 괜히 욕심내다가 부상을 당할 순 없다'라는 지극히 자기위안적인 논리를 앞세워 하프까지만 달리고 지하철을(중도포기) 타는 것으로 셀프타협을 했다. 주변에도 이렇게 밑밥을 깔았다. 실제로 그러려고 교통카드를 챙겨서 출발했다.

대회는 일요일 아침 8시에 출발이다. 일찍 나가야하니까 준비는 좀 했다. 뭘신고 뭘입지 생각 좀하다가 안입어본것들 위주로 옷가지 몇개와 신발, 양말 그리고 용품 몇개를 자기전에 가방에 넣었다. 나름 부담없는 대회라서 자정이 넘도록 티비를 보고 호기롭게 2시가 넘어서 잔걸로 기억한다. '여섯시에 일어나서 나가면 되겠네'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맘편히 잠을 청했다. 

너무나 깊은 숙면으로 인해 알람소리는 듣질 못하고 꾸준하게 이븐페이스로 자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평소보다 강력한 진동 소리에 잠이깨서 전화를 받으니 세정이가 대뜸 "어디냐" 고 물었고, 나는 "몇시냐" 고 되물었다. "일곱신데"라는 대답에 두눈이 번쩍하며 용수철처럼 일어났다. '아...망했다. 내가 제정신은 아니구나'라며 통화를 급하게 마치고 최단거리로 얼마나 걸리는지 검색을 했다. 다행히 딱 10분안에 출발하면 8시까지는 도착은 할 수 있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전날 준비한 가방을 메고 허겁지겁 옷을 입으면서도 '화장실은 꼭 들렸다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집중력을 발휘해 필살의 컨트롤을 마치고 바로 지하철역으로 뛰어갔다. 뛰면서 주머니를 뒤지니 지갑과 핸드폰은 있는데 시계가 없었다. '오늘은 틀렸구나, 걍 자연인으로 달려야겠구나' 싶더라. 지하철을 타고 싱글렛에 배번을 달고나니 정신을 차리고나니 어젯밤에 사놓은 크림빵 생각이 나더라. 큰맘먹고 맛있는빵 사놨는데...

8시 정각에 광화문에 도착했고 바로 마이베이스 단체 부스로 갔다. 그나마 다행히 엘리트 그룹 출발직전 도착했다.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출발준비를 했다. 다행히 시계는 수영이형에게 빌렸다. 일단 대회는 할 수 있을 어느정도 준비는 해서 친구들과 같이 C그룹과 함께 출발할 수 있었다. 

광화문에서 출발해서 남대문으로 지르는 코스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이맛에 동마 나가나 보다. 그러나 청계천으로 들어서니 역시 좁더라. 사람은 많은데 폭은 좁아서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난 하프까지만 하고 갈꺼니까'라며 부담없이 춘식이와 같이 달렸다. 

아침밥은 커녕 생수 한 병을 출발전에 마셨더니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는 내몸속 수분은 자꾸 아래로 내려와 내몸을 더욱 무겁게 하더라. 10키로까지는 어찌어찌참았는데 그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동반자 춘식이를 먼저 보내고(머지않아 잡았다) 근처 주유소로 내달렸다. 이미 그곳에는 우리의 동료들이 담벼락을 혼내주고 있었다. 주유소 사장님껜 죄송하지만 나도 작은 흔적을 남기고 다시 레이스를 이어갔다. 이제야 좀 홀가분하더라. 

동반주를 약속한 춘식이는 한동안 찾지 못찾았다. 하는수 없이 그냥 달려갔다. 한번 제치고 볼일보고 다시 만난 러너스하이후배 혜준이와 화이팅을 외치고 머지않아 우리의 자랑스런 소방관 대현이랑 화이팅 가득한 인사를하고 사람과산의 진지한 장보영 기자를 짧게 만나고 뭐 그러면서 심심치 않게 그렇지만 별 생각없이 계속갔다. 그러던 중 청계천 마지막 부근에서 누가 내이름을 부르며 화이팅을 외쳤다. 순간 소름돋아서 누군가 했더니 권은주 감독님이 계셨다.  ARC(아식스 러닝클럽)에 몇번 나가서 운동한게 전부였는데 그 수많은 러너중에 날 찾으셨다니......무슨이유인지 나는 모르지만 한번에 찾으신거 같다. 이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드립니다.(골인직전에도 응원해주심!)

종로에 들어서니 뻥 뚤린 도로가 아주 좋더라. 게다가 춘식이도 만나서 흥겹게 하프까지 갔다.근대 이게 뭔가 희안하게 안힘들더라. 페이스도 좋고 컨디션도 좋고 아픈곳도 없었다. 하프지점에서 세정이(위 사진;오메불망 기다림)에게 기다리라고 했는데 이건 왠지 더 가도 될 것 같았다. 이윽고 신설동(20k 지점)에서 남규형과 수영형 세정이를 만나고 난 그저 "나 더 갈께"라고 일방적 통보를 하며 스쳐지나갔다. 

뚝섬역까지만(30k 지점)까지는 무리없이 가겠네, 여유있게 가보자라는 잠시 안일한 생각을 하던 찰나, 답십리 지하도로를 내려가던 찰나에 오른발 바닥에 뭔가 물컹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왠걸 물집이다. 느낌이 일단 백원짜리 크기다. 괜히 오버하다가 제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버렸네 싶더라. 그나마 24k 지점에 관웅이형(aka 사람살리는 후추아빠)이 파스 들고 있을거니까 여기가면 뭐라도 해줄꺼야 일단 버티자는 생각으로 참고 갔다. 

난생 처음 달리다가 말고 양말까지 벗어던졌다. 두발 모두에 응급처치로 바세린을 듬뿍 바르고 다시 신발을 고쳐 신었다 여기서 멈출 순 없었고 2차 목적지인 뚝섬역까지는 가야하니까 일어나서 꾸역꾸역 밀고 갔다. 30k지점의 뚝섬역 부근에 가니 이상하게 오늘 왠지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이상하게 발바닥 물집 때문에 아픈거 빼고는 모두 정상이었다. 잠시 교통카드를 만지막 거리다 옆주머니의 파워젤을 먹고 끝까지 가기로 했다. 잠실 대교를 순조롭게 지나고 석촌호수를 끼고 돌아서 가는 즈음에 신발안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역시 터지니까 편하더라.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신천역을 지나 주경기장에 들어왔고 마침내 결승선을 넘었다. 정말 의도치 않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완주를 했다. 게다가 작년 대회보다 4분이나 빨랐다니! 몸은 4키로 무거움. f=ma 인건가...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이 끝났다. 풀코스는 늘 힘들었는데 이번만큼 괜찮았다. 남다른(?)마음가짐과 완주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그런지 대회를 한결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번 풀코스는 아마 가을이 될 것 같은데 이때는 진지하게 일찍어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