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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써코니 트라이엄프 17 Saucony Triumph 17

써코니 트라이엄프 17

 쿠션화가 필요했다. 작년 가을부터 해서 서서히 늘어난 체중은 올 초에 최고점을 찍어 버렸다. 많이 먹고 안 움직이기를 몇 달째 반복하니 무거워지는 건 삽시간이었다. 2월즈음부터 심각해진 펜데믹은 3월을 지나면서 최고에 다다르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2020년 서울 국제마라톤은 자의반 타의반 못 뛸 것이 자명했고 욕심 내지 말고 살이나 좀 빼자는 생각에 신발장을 뒤적거렸다. 눈에 들어오는건 죄다 가볍고 날씬한 놈들만 한가득이었다. 나에게 남아 있는 쿠션화(안정화)라고는 한참 철 지난 아식스 젤 카야노 24와 마트갈때나 신는 아디다스 솔라 글라이드 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를 받기 위해 집을 나섰고 목적지는 잠실에 위치한 플릿러너다.

 오랜만에 방문(구매 시점은 2020년 2월 초)이라 들뜬마음에 이것저것 신어도 보고 트레드밀에서 살짝 달려도 보았다. 얼추 추려보니 구매 후보군에는 뉴발란스 M1080, 아식스 젤 님버스 22, 써코니 트라이엄프 17 세 가지로 압축되었다. 나름 긴 고민 끝에 써코니 트라이엄프 17을 들고 집으로 왔다. 사실 마지막까지 젤 님버스 22와 고민을 했다. 짧게 신어본 느낌으로는 님버스가 아주 좋았다. 착지할 때 밸런스가 좋았다. 무너지지 않고 부드럽게 발구름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색상이 딱 흰색뿐(도쿄 버전)이라서, 아… 블랙이 있었다면 님버스 22를 샀을 것 같았다. 트라이엄프는 님버스에 비해 조금 더 가벼웠고 통통 튀는 느낌이다. 색상도 아주 칙칙한 검은색, 딱 있었다. (당시 흰색 신발은 절대 안 된다는 조건부 허락을 받은 상황이었다) 트라이엄프 17 와이드 모델도 있어서 두 개 모두 신었는데 275mm 기준으로 일반 버전인 검정이 더 좋았다. 와이드는 진짜 발볼이 엄청 넓었다. 와이드 모델은 사이즈를 5mm 작게 신는 게 맞았다.

 나름 써코니 러닝화는 좀 신었으니 대충 어떤 느낌일지 예상은 했으나 이번 트라이엄프 17은 뭔가 그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구형이긴 하지만 그전에 '트라이럼프 ISO 1 & 2' 를 알차게 신었던 적이 있다. 전작들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좋았던 기억을 추억하며 현재(2020년 9월초) 까지 약 300km 조금 넘는 누적거리를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써코니 킨바라를 제일 좋아한다. 킨바라 4, 6, 7, 8, 9, 10 모델을 신었다. 사진 속 신발은 2015년 뉴욕마라톤 한정판 킨바라 6 이다.

 간결해진 어퍼가 좋다. 지금까지 신었던 ISO 시리즈, 써코니 프리덤 ISO, 리버티 ISO, 트라이엄프 ISO, 그 ISO-FIT이 마침내 없어졌다. 개인적으로 ISO가 좋은지 느끼지 못했다. 잘은 몰라도 내가 이해한 ISO-FIT은 '달리면서 가해지는 발등 부분에 불필요한 압력을 덜어주고 발의 모양에 맞게 딱 핏팅되서 더 나은 착화감을 제공한다' 는 뭐 이런 것 같다.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모르겠다.

 트라이엄프 17은 과감하게 ISO를 버리고 클래식하게 돌아갔다. 간결한 어퍼 구조, 그 대신 약간 도톰함 하고 부드러운 니트 재질로 감쌌다. 거기에 패드(스펀지 느낌)를 힐컵 주변과 어퍼 곳곳에 적당히 발라놨다. 처음 신고 나갔는데 뭐 딱히 적응할 게 없다. 이번 어퍼는 아주아주 좋다.

 돌고 돌아 이번엔 ‘PWRPLUS+ 파워런플러스’ 소재가 이번 신발의 미드솔로 사용되었다. 이전에 그렇게 밀어대던 에버런의 시대는 끝났나 보다. 에버런이 적용된 신발은 대체적으로 무거웠다. 아디다스 울트라 부스트와 별 다를 게 없다. 뭐랄까, 울트라 부스트보다 조금 더 무거운데 더 쫀쫀한 느낌이다. 그 울트라 부스트도 좋은 반발력에 비해 무겁다는 게 단점이다. 파워런 플러스는 두 소재보다 더 가볍고 통통 튀는 반발력이 추가되었다. 뭔 기술을 어떻게 잘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파워런플러스가 훨씬 좋다. 에버런 잘 가라. 다신 보지 말자.  

 예전에 비해(4:30 페이스가 버겁지 않던 시절) 몸이 무겁다 보니 생각만큼 달리기가 쉽지 않다. 간혹 옛 추억에 젖어 아디오스 부스트 같은 날쌘돌이를 신고 무리하게 뛰고 온 날은 어김없는 종아리 통증과 아킬레스건에 꽤 무리가 갔다. 다시금 정신 차리고 조깅이나 하자는 맘으로 트라이엄프를 신고 나가면 그렇게 편할 수 없다. '그래 이 신발이 나에겐 딱이지' 하고 며칠 뛰다 보면 '이제 몸이 올라왔구나' 착각한다. 그렇게 트랙에서 숨차게 빡시게 달리고 나면 짜릿한 통증과 함께 다시금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역시 인간이란…

 어느정도 러닝 마일리지가 쌓였고 슬슬 다음 신발을 알아봤다. 써코니 트라이엄프 18 버전이 나온다길래 신제품 살까 아님 저렴하게 트라이엄프 17을 하나 더 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써코니가 큰 일을 내버렸다. 엔돌핀 시리즈를 출시했다. 나의 통장 잔고도 큰일 나 버렸다. 파워런 플러스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파워런PB PWRRUN PB' 라는 새롭고 강력한 게 나왔다.

엔돌핀 프로와 스피드, 둘 다 사고 싶었지만 고민끝에 스피드만 구매

그동안 나도 실력이 성장했으려니 생각(착각)하며 나의 레벨(신발장 레벨)을 올리기 위해 써코니 엔돌핀 스피드를 샀다. 

동기부여는 새 신발과 함께!